"트럼프, 김정은에 빅뱅방식 비핵화 제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의 신속한 비핵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 고위 관리를 인용해 "대통령은 핵·미사일 동결에 대해 제재 완화로 보상할 의사가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북한의 비핵화 속도와 제재 완화 일정이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김 위원장에게 소위 '빅뱅' 방식으로 비핵화와 보상 문제를 한꺼번에 일괄 타결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미 고위 관리는 "북한이 빠른 비핵화 행동을 할 용의만 있다면, 그때는 보상이 무제한이 될 수 있고, 모든 종류의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신 "대통령이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건 북한이 실제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전까진 제제 해제 같은 실질적 양보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핵 폐기를 확실히 한다면 제재 해제뿐 아니라 관계 정상화, 대규모 경제지원을 동시에 할 수 있지만 핵 폐기 이전에 각종 보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반면 김정은은 이달 초 부활절에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최장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일정표에 따라 서로 양보 조치를 병행하는 방식의 단계적 비핵화를 내밀었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했던 "미국과 단계적, 동시적 조치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는 뜻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핵 동결'→'불능화'→'폐기'로 가는 3단계 비핵화와 함께 단계별로 미국의 경제, 외교 및 안전보장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지만 "동결은 언제든 쉽게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 폐기 이전에 경제적, 외교적 양보 조치를 취하면 북한이 경제활동재개 등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이 초기에 주요 양보 조치를 동시에 취하는 '빅뱅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핵동결 선언을 "큰 진전"이라고 했던 데서 한 걸음 물러섰다. 22일 트윗을 통해 "북한과 결론을 내기까지 아직 먼길이 남았다.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하면서다. 결국 비핵화와 보상의 속도·방식을 놓고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선 미 본토에 직접 위협이 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포기에 대한 '빠른 합의'만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폼페이오 국장이 김정은을 만난 이후 인준청문회에서 "포괄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건과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한 발언 때문이다.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전 종전선언과 논의하는 평화협정도 북·미 정상회담의 쟁점이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의회전문지 더 힐에 "첫 단계는 비핵화이며, 평화협정은 앞으로 수년 후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을 포함한 북핵 폐기 검증 방식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입장에선 주요 핵물질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은 물론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풍계리 시험장에 대해서도 확인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이 김동철 목사 등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정상회담에 앞서 석방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걸진 않았지만 "석방을 위해 애쓰고 있으며 (석방)가능성이 크다"고까지 기대감을 표명한 바 있다. 정효식 특파원 [email protected]